오리

(설 침실 문 살짝 열어 고개만 빼꼼 내민다.)
(핸드폰 정리하다 눈 마주치면 웃음 터트린다.) 오리 왔어요?
으응. (시선 곁으로 굴리며 입술 괜히 쭉 내밀었다. 문 닫고 슬그머니 다가와서 침대 위에 올라앉고.) 미운오리새끼 왔다.
그럼 백조가 왔네요. (당신의 허리춤에 두 손을 감아 배에 얼굴을 부비적거린다.)
흡, 간지러워어. (눈치보던 것이 기어코 꺄르르 웃음 터뜨리며 네 머리를 싹싹 쓰다듬는다. 몸을 곁에 뉘여 너를 돌아보고.) 기왕이면 너랑 같은 편이면 좋았을텐데. (학교에서 널 처음 봤을때부터, 종종 생각해온 것이었으나. 입 밖으로 내보는건 게임의 힘을 빌려 처음이었다.)
(당신이 제 곁으로 다가오면 냉큼 품에 안고 살내음을 맡는다. 수면제도 아닌데 두근거리던 마음이 안정이 된다.) 다음엔 같은 편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품에 꿉 안겨서 코가 목덜미며 볼에 닿는게 간지럽다. 마치 나갔다온 주인 수색하는 강아지 같기도 하고...) 그래. 만일 다음 생이 있다면 그 때도 너와 지독하게 얽히겠지.
(웃음이 터졌는지 당신의 볼에 바람을 훅 분다. 다음 생까지 갈 것있나, 저는 기회가 보일 때마다 당신과 얽힐 마음 뿐인데.) 정말 다음생이 있다면, 형은 뭐로 태어나고 싶어요?
어려운 질문이네. (볼에 훅 끼치는 숨결에 큭큭 웃다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얼굴로 침묵한다.) 뭐든. 네 곁에 있어야 하니까 사람으로 할래. 근데 센티넬도 가이드도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가족들고, 친구들도 평범한. 그냥 무난한 삶. 그런 건 어떤걸까. 종종 궁금했으니.)
제게 형은 늘 특별해서, 평범한 형이 상상이 잘 안 가요.
너에게 특별한 건 좋아. (옆으로 흐른 너의 앞머리를 손으로 살살 골라주며) 평범한 이름에, 평범한 운으로... 나는 잘 살아갈 자신이 있는데.
(당신의 손짓에 살풋 눈을 감았다 뜨고는) 그럼요. 그런 삶에서도 형은, 소중한 걸 찾아 행복하게 살 거에요.
그 소중한게 너가 될텐데. (이마에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머리카락 몇 옷 입으로 바스락바스락 장난친다.) 너는.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
(간지러울건데, 눈동자만 굴려 장난스러운 당신을 올려다본다.) 저는, 형 동생으로 태어날래요.
... 싫어. (웅얼)
(이젠 아예 고갤 들어 당신을 올려다보고, 이번엔 제가 당신의 머리를 살살 고른다.) 왜요?
형 동생끼리는, 이런거 못 하잖아. (고개 내려 입술이 가볍게 쪽 뽀뽀한다.)
(눈을 감고 손까지 멈춘 채 당신의 입맞춤을 받고, 다시 올려다보며 웅얼거리기를) 더한 것도 하던데.
...누가? 너 뭘 보는거야.
인터넷에서 그러던걸요? 그래서 형 동생이면, 더 좋겠다 생각한건데.
(대체 뭘 본건지 감이 안 잡히는 눈으로 끔뻑 너를 바라본다. 조금은 걱정도 담겼을까.) 인터넷... 에는 워낙에 이런저런게 있으니까. 형제끼리 어디까지 하던데?
처음부터 끝까지요. (갸웃) 사랑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오... 음. 설이 너가 외동이라 다행이다. (머리 쓰다듬) 설아, 그건 말이지. 아빠가 아들을 사랑한다면서 그런... 행위를 하는 거랑 비슷한 맥락이야.
으음. (그건 일단 나이가...우선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형 옆집 자식은 어때요?
그래도 뭐가 이상한건지 모르는거지? (속으로 작게 한숨 쉰다.) 하긴, 전에는 날 대디라고 불렀으니... 옆집 아이면 그마나 좀 더 낫겠네.
나이 빼면 사실, (끄덕. 당신의 양 뺨을 쥐고 올려다본다.) 그러면, 형을 대디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한 거에요?
(따스하다. 눈을 살며시 감았다가 뜨면 속눈썹 그림자 드리운다.) 그 호칭, 뭔가 이상해. 기분이... (너를 범하는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
그러면. (어느새 상념은 호칭으로 흐른다. 형도 좋아하고, 주인님도 좋아하지만.) 여보. 는요?
정말로. 이런거 자꾸 어디서 배워오는거야? 너 1 소대 그 아저씨들이 이상한거 알려주지. (홧홧한 두 볼)
(따듯하네,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게 아니라, 형이, 여보가 저한테 유일한 가족이라고 했으니까요.
형제도 안되고, 부자도 안되면, 부부 밖에 없잖아요.
...우리 여보는 응용이 정말 빠르지. (웅얼.)
난 그래도 너가 하자면 다 할거야. 그 앞에 두개도.
(입술도장 꾹) 그치만 이런 건 여보한테만 할 수 있다면서요.
윤리적으로 따지면 그렇지. 근데 너와의 후생이 형제고 가족이게 되면... 그런거 다 무시해버릴거야. (입술 좀 더 길게 꾸욱.)
(금기를 입에 담는 당신이 좋아. 그것이 저를 갖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저는 어느 생이든 형을 사랑할 거에요. 알고있죠?
(부드럽게 입꼬리 올린다.) 사랑해 설아.
저도요. 그치만, 앞으로 오리게임을 할 때엔 평소보다 아주아주 조금 덜 사랑할지도요. (장난)
아아... (시옷자로 올라가는 눈썹.) 그건, 내가 잘못 하긴 했어.
(결국 당신의 품에 꼬옥 안긴다. 그럴 수 밖에.) 게임인 거 아는데. 형 놀리는 게 좋아질 것 같아요.
진짜 악취미야 그거. (품에 얼굴을 끼워넣고 부비적 부비적.) 내 마음을 시험에 들게 할거야?
(작은 웃음소리.) 여보 마음은 어떤 시험을 겪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내 유일한 사랑이. 내 마음을 쥐고 놀리는게 좋다잖아. (그러면 돼, 안돼. 쥐인 볼 푸웅 부풀리며.)
안돼요. (손에 약간 힘을 쥐면 빵빵한 바람이 좀 빠질까하여.) 그런 표정 지으면 뽀뽀해달라는 것 같아요.
착하다. (꾸웁 볼이 눌려서 눈이 쪼삣하게 선다.) 해줘. (복어처럼 입술 우물우물.)
(우물거리는 구순을 왕 물 듯 제 것으로 덮었다가, 보스락 소릴 내며 몸을 더 붙혀온다. 어느새 손은 당신의 목덜미로 내려가있고.)
(보드라워. 따뜻해. 눈꺼풀을 사르르 내리고 네게 몸을 푹 겹친다. 달큰한 콩닥거림이 가슴팍에서 잔잔하게 울렸다. 어쩌면 네 손을 통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쪽. ...복어 독 있는데. 이제 설이 큰일났다.
(그래서 제 심장이 이렇게 뛰는걸까. 당신이 너무 좋아서. 그런 당신의 독에 당해서.)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데요?
으음. 가슴이 콩닥거리고, 숨이 가빠오고. (뽀뽀 쪽) 시야가 흐려진다던데. (눈꺼풀 위로 쪽쪽)
증상이 다 있는데, 그럼 이제 형도 큰일 났네요.
어라. 설이 너도 복어였어? 아니면... 아. 독있는 뱀.
그것도 아닌데요. (어이없다. 벌인지 뭔지 당신을 제 몸으로 더욱 칭칭 감고는.) 이대로 시체가 되어도 형 안 놓아줄 것 같아서요.
와. 같이 이렇게 영원히? (몸을 옴싹거리자 단단히 조인 팔이며 다리가 놓아줄 기미가 없다. 한번만 봐달라는 듯 흐흐 웃으며 너를 올려다본다.) 뭐어, 나쁘진 않은데.
(끄덕. 당신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말 없이 입술만 주욱 내민다.)
이거 뭐지. (곧장 입술 맞추지 않고 내려다보며 웃기만.) 뽀뽀해주면, 안 잡아먹지. 그거야?
뽀뽀 못해서 죽은 귀신이래요. (다시 입술 내밀고) 뽀뽀해주면 안 잡아먹을게요.
몽달귀신, 비슷한건가? 성불시켜줘야겠다. (큭큭 웃는 입매 내려오더니 하순 쪼옥 물어당긴다. 다시 한번 쪼옥.) 만족하셨나요?
...네. (진짜 그런 귀신이 붙었나봐. 붉어진 귓가로 당신을 한번 더 꾹 안고 스륵 풀어준다.) 근데 제가 왜 독사에요.
사실 독있뱀보다 독없뱀에 너는 더 가깝긴 해. (놓아줘도 품 안에 얌전히 누워 네 가슴팍에 턱 괴고 바라본다.) 강아지를 닮은, 동글동글 귀여운 뱀.
(그새 엉망이 된 당신의 머리를 살살 골라준다. 한편으론 독이 없는 뱀이면 이빨이 없다는 이야기인걸까. 나 양치 열심히 하는데.) 칭찬..인거죠?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어리둥절한 그 표정마저 맹- 한 독없뱀을 닮았다고 하면, 너가 삐질까. 손길에 눈매 둥글게 휘며 입꼬리 당긴다.) 당연하지. 너가 날 이렇게 꽁꽁 휘어감은걸. (이불 끌어와 너와 나를 덮는다. 포근포근해. 하아품.)
그럼 좋아요. (칭찬이라니까. 당신이 하품을 하면, 당신의 이불을 꼼꼼히 정리해주고 손짓을 해 조명들을 일제히 끈다. 당신에게 너무 어둡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 자장가라도 불러드릴까요?
으응. 나 그거 좋더라. (너가 불러주는 자장가. 마치 배를 타고 꿈 속으로 둥실둥실 들어가는 것 같아. 그대로 눈을 감고 몸을 내맡겼다.)
사랑해요. (많은 입맞춤이 오고 갔지만 굿나잇키스는 또 다르니까. 당신의 이마에 입술을 붙혔다 떼고는 도닥도닥 등을 두들기며 가사 없는 자장가를 흥얼거린다. 당신의 마음 뿐만 아니라 일상에도 스며드는 이 시간을 저도 당신만큼이나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