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형 올 동안 식탁에 상 차리기... 냉동실에서 얼려둔 유리잔 두 개 꺼내기... 내껀 안오나 확인했더니 '주소가 같아서 같이 보내요^^' 메시지 읽기...) ...형 무겁겠다.
(산더미같은 봉지 들고 들어온다. 식탁 위에 텅 올리고 봉지 풀며) 밖에 엄청 더워. 세팅 다 해놨네? 얼른 먹자.
...방금 식탁이 울렸는데요. (이게 치킨무게라고? 도망..이 아니라 치킨 무 물 버리러 싱크대로.)
설아. 오늘은 우리끼리 복날이야. (눈웃음 지으며 콜라 따서 찬 컵에 꼴꼴꼴. 상자 두개 열어 모락모락 치킨 냄새 풍기며 너를 기다린다.)
내일이 처서인데. (말복 한참 지났는데? 두마리나? 그래도 당신에게 포크 하나 건네고, 저도 후라이드 하나 쿡 찔러서 후후 불고.) 형은 1인 1닭 할 수 있어요?
(오동통한 조각 하나 폭 찍어 입에 와압 넣는다. 곰곰히 생각하던 낯이 고개를 끄덕이고.) 근데 피자 한 판은 못하겠더라. 설이는? 1닭 가능?
진짜 노력해봐야겠네요. 1인분 하려면... (도리도리) 전 차라리 피자가 더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설이 피최몇?
종류에 따라 다른데. 고르곤졸라나 고구마피자면 5조각까지 먹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설이 강하네. 이 정도면 충분히 키울만 해. (양념 한 조각 콕 찍어 입에 가져가준다.)
(와앙 입 벌려 치킨 뽑아간다. 입에 문 채 제 포크에 옮겨가고 꼭꼭 씹어먹다가.) 할머니가, 키우는 건 다 잡아먹으려는 거라고 하셨는데. 저 잡아먹으려고요?
네 이름이 헨젤이었으면 아마 그랬겠지. (홀홀 웃는 시늉 하며 치킨무 와작) 할머니가 그러셨어? 너는 어째 안 먹히고 용케 살았네.
(와앙 남은 부분 다 먹고, 당신에게 트러플 어쩌고.. 콕 찍어 내밀고.) 그러게요. 먹을 게 없어서 그랬나... 그럼 형은 저 키워서 뭐하게요?
왜, 여기 이렇게 말랑 살이 많은데. (볼 콕) 설이 키워서 풍풍해지면 매일 밤 꼬옥 안고 자게. (베시시)
형 먹으라고 그런가봐요. (콕 찌른 손가락 앞에 왕 입 벌리는 시늉만 하고.) 물개를 이기려면 많이 쪄야겠지만.. 안 이기고 싶어요...
...(콜라 들이키다가 그 착잡한 표정 보고 웃음 간신히 참는다.) 왜애. 나 오늘 밤에도 물개 안고 잘게.
그게 왜 그렇게 돼요?
약간 질투작전인거지.
그런 거 안해도 질투 많은 걸요. (치킨 쿡 찌른 포크가 괜히 깊게 들어간거 같다. 우물우물...) 절 안고 자면 안돼요? 걔 말고.
설이, 티 하나도 안 내서 없는 줄 알았어. (흐흐 웃으며 모르는 척 콜라 꼴딱꼴딱) 글쎄, 생각해볼게.
(타는 속에 콜라라도 마시고 싶은데 배부를까봐, 그 잔만 만지작..) 티 엄청 많이 냈는데. 여기서 더 해도 된다는 이야기죠?
(끄덕)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전에 보드게임 할 때도. 은총이 정도면 뭐...
사귀기 전엔 그러면 안되니까 참았고. (꼴깍 삼키고 콜라로 입가심한다.) 그 이후엔 선배들 앞에서 형을 어루만지면, 음, 형 예쁜 거 다들 볼 건데.. 그게 싫어서.
이건 능력 쓸 때도 다들 보는건데 뭘. (은은하게 금빛 도는 두 눈이 살풋 휘어진다. 너와 함께 할 땐 유독 더 빛나기야 했지만.)
그것도 그거지만.. (포크 끝을 입에 문 채 곰곰 생각에 빠졌다.) 뭔가, 보송하고, 말랑하고. 사랑스러운 그런 표정이요. 깨물면 달콤하고 향기로울 것 같은..?
(으음. 치킨 조각 하나 입에 담고 웅얼인다.) 난 너가 항상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데.
그러니까요. (그게 표정에서 보여서..웅얼. 어쩌면 저만 눈치 챈 걸지도 모르지만. 매운 건 하나도 없는데, 얼굴이 탈 것 같다.)
(그 모습 웃으며 바라보다가) 이대로 뽀뽀하면 닭냄새 나려나?
(도리..도리. 고갤 두 번 젓는다.) 형 한테서는 안 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양치하고 해주세요. 밀린 거 전부.
밀리면 이자 쳐서 두배로 할 거야. 그래도 괜찮아? (오물오물)
이율이 더 높은 건 없나요? 이런 빚이라면 환영인데.
(큭큭 웃다가 매콤한 양념 치킨 한조각 입에 넣어주고) 얼른 먹어. 물개 안고 자면 그런 것두 다 없어.
(우물..우물.) 내일 물개가 바닥에서 뒹굴고 있어도 난 몰라요. ...그보다 저 0.6마리는 먹었는데. 반올림 안되나요?
물개, 던지는거 아니지? (열심히 먹는다... 귀여워. 쓰다듬.) 잘 먹네. 너무 배부르면 나중에 또 먹자.
(끄덕..던지진 않았으니. 당신의 손바닥 아래에서 제 배를 손으로 덮는다. 배불러. 그치만 남은 콜라는 다 마신다.) 배부른 것도 있고. 형이랑 뽀뽀하고 싶은 것도 있고요.
흐흐. 그럼 요아정도 다음에 시킬까?
(끄덕끄덕.) 앞에서 기다리면 되니까 더 먹어도 괜찮아요. (치킨상자 당신에게 밀어주고.)
나도 많이 먹어서 이제 배부르긴 한데. (말은 그렇게 하나 또 야무지게 하나 입에 와압 넣어 우물인다.) 요아정은 뭐 넣는 거 좋아해? 다음에 시킬 때 참고하게.
(곰곰) 벌꿀집, 초코쉘, 오레오, 오레오 크럼블, 시리얼, 초코링, 후르츠링...(끝없이 접었다 펴지는 손가락.)
(끝없는 나열에 빵빵한 볼이 잠시 움직이길 멈춘다...) 오. 과일보다 시리얼 위주로 좋아하는구나.
(머슥해진 탓에 괜히 콜라잔 입에 물었다가 자제하기로 한다.) 시리얼 먹다보면 과일이 안 달아가지고..형은 어떤 거 좋아해요?
나는 청포도 넣는거 좋아해. 초코쉘이랑 시리얼 종류 하나는 무조건 넣는 편이고. (그 모습도 귀엽다며 웃어보이며 치킨 상자 덯어둔다. 콜라로 마지막 입가심.) 벌꿀집 한입이면 모든 맛이 사라지던데.
형이랑 잘 어울려요. (상큼한 청포도를 생각하다가, 당신이 왜 웃는지를 몰라 고개짓한다. 잔이랑 포크를 싱크대에 가져가며.) 그치만 안 넣으면 당을 덜 먹은 느낌이 나서요.
그러니까, 하루치 먹어야 하는 당 양이 정해진거지? 설이는. (남은 치킨은 냉장고에 넣어두며) 나랑 비슷하다. 대신 난 이걸로 채워. (곁에서 고개 쭉 내밀어 볼에 입맞춘다.)
말하자면, 최소치가 정해져있는 느..(설거지감을 달그락대며 기름기를 닦아내다가 동그래진 눈으로 당신을 본다.) ..낌이죠. 혹시 최대치도 있어요?
어떨 것 같아. (너의 입술로 시선이 머무른다.) 사실 넌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질 않아.
이상해요. (...) 형이 절.. 배부를 때까지 먹었으면 좋겠는데, 근데 또 형이 계속계속 배고팠으면 좋겠어요.
마치 계속해서 바닷물을 먹는 것 같이. (달그락, 그릇을 네 손에서 가져와 마저 닦아주고 건조대 위에 올린다.)
저도 똑같은 생각한 적 있어요. (마지막 그릇을 당신이 가져가면, 제 손의 물기를 훔치고 몸을 모로 돌려 당신의 허리에 제 팔을 두른다. 어깨에 턱을 올려두고.) 형이 제 처음을 가져간 날에요.
...그 날은, 하루가 길었지. (괜히 옆을 보지 못하고 수건에 손을 한참 문지르다가 수줍게 미소지으며 고개 살짝 숙인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모든게 너무 옳은 느낌이었어.
(당신의 수줍음이 너무 여리고 어여뻐, 마치 비눗방울에 홀린 양 손가락을 들어 당신의 입꼬리에 가져간다.) 왜요? 왜 그런 생각이랑,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너를 내가 바라는대로, 마음대로 다루는 느낌이 마치... 못 할 짓을 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게 제게 어떤 느낌으로 와닿을지는 너도 잘 알테다. 몸을 돌려 마주 껴안아 눈을 맞춘다.)
(손가락을 떼지 않아, 그대로 스치는 당신의 입술에 시선을 뺏겼다가.) 아. (사실 아주 모르진 않는데. 간접 경험도 경험이라. 그치만 당신이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그 느낌이 좋아서. 눈만 도륵 굴리며 이번엔 제가 눈을 맞추지 못했다.)
지금 무슨 생각해. (도록 굴러가는 눈을 향해 고개 기웃거리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당신이 그렇게 물어보면, 거짓을 담을 순 없고, 이를 어째. 당신의 양 뺨을 잡아 멈추고, 터질 듯한 얼굴로 자백한다.) 사실 아주 아무것도 모르진 않다는 생각..을. 형도 인터넷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있는지 알잖아요. 제가 어디든 접속할 수 있다는 것도. (솔찬히 민망했는지 눈도 못 보고 우다다 말을 쏟아낸 다음 슬쩍 도망간다.) 저 먼저, 양치하러 갈게요.
(두 볼이 잡혀선 뽀뽀라도 기대했는데. 잔뜩 벌개져선 와다다 말을 쏟아내곤 혼자 화장실로 쏙 빠져버리니 그저 멀뚱히 서있을 수 밖에. 이내 웃음을 꾹 삼키고 화장실로 천천히 따라들어가 칫솔을 집는다.) 있지, 그냥 알고 있는거랑 직접 그 행위를 시켜보는거랑은 천지 차이야. 예를 들어 너가 주문한 그 성인용품들. 어떻게 쓰는지 사용법을 읽어보긴 했겠지만 그렇다고 다 아는건 아니잖아.
그야 그렇지만. (세수라도 했는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붉은 낯. 칫솔을 물어 뭉개지는 발음으로 순응한다.) 사용법을 읽고나서 아는 거랑, 읽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 읽은 거랑, 다른 느낌이잖아요.
(흐흐 웃으며 물 흐르는 앞머리를 손으로 훔쳐준다.) 내가 기억하기론 그 날 나는 너를 교육하려 했던게 아니라 네가 어떤 취향을 갖고있을지가 궁금해서 같이 야동을 보자고 했었는데. 물론 너도 알 건 다 알거라 생각했지 설아. 근데 그 첫 상대가... 내가 될 거란 건 생각 못 한거고.
(당신의 손에 기대어 한참 양치하다가 고갤 숙여 하얀 거품 뱉어낸다. 눈동자만 올려 거울 속 당신을 보았다가, 물로 거품을 닦아내고.) 제 취향은 형인데.
(보그르, 옆에서 함께 물로 입을 헹구다가, 그대로 꼴딱 삼킬 뻔 했던가. 우르르 뱉어내고 손등으로 물기 닦는 입가엔 미소 서려 있었다.) 내가 그렇게 야해?
(옆에 걸려있던 수건으로 제 얼굴을 닦고 당신에게도 건넨다.) 말했잖아요.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기 싫다고.
장르 중에 그런 것도 있잖아. 네토라레인가. (수건 건네받아 얼굴 묻으면 은은하게 너의 냄새가 났다. 좋아.) 그런 건 싫어?
(당신이 고갤 들기를 기다렸다가 양 뺨을 잡고 이번에는 자잘한 입맞춤들을 쏟아붓는다.) 네. 형은 다른 사람이 봐도 괜찮아요? 제, 음, 그런 표정.
(으븝. 쏟아지는 입술에 눈을 감는다.) 네 말대로, 묘해. 나만 보고 싶은건 당연한데, 또 한 편으론... (허리 춤으로 손이 내려가 등어리를 살살 간질인다.) 내 강아지가 얼마나 야한지 다른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지금은 꼬리도 없는데. (으응, 소릴 내며 손을 피하려다가 당신에게 몸을 비벼온다.) 어떻게 자랑하려고요.
(봐. 이렇게 예쁘게 안겨오는 걸. 품에 들어온 너를 감싸안고 부드럽게 웃는다.) 잠깐 다른 사람이 널 기분 좋게 하도록 두는거야. 어때?
(당신만큼 내밀하고 깊게 들어온 이가 없었을 뿐, 저를 만진 사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므로.) 다른 사람이 절 기분 좋게 할 수 있을까요?
설이 넌 잘 느끼잖아. 너가 다른 사람 손 안에서 애원할 걸 생각하면 솔직히 애가 타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선은 나한테 둘 것 같아서. (그걸 생각하면. ... 몹쓸 생각을 끊고 콧등에 쪽 뽀뽀한 뒤 화장실에서 나온다.)
(그야 그렇지만. 당신이 아닌 이에게 애원하는 건 정말 상상이 가지 않아서. 그보다도, 저번부터 텁텁하게 남는 단어 탓에 혼자 남아 눈썹을 일그린다. 표정을 정돈하고 우선 당신을 따라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