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줄 모르는 자가 행복할 줄 모르는 자와 손을 잡고 사랑과 행복을 꿈꾸는 악몽 펠설 역극 타래 백업 홈페이지 READ MORE 대면 왜 자꾸 질 내기를 하자는건데? 왠지 절대라고 하면' '구라라고 증명하고 싶어하니까요?' '보통은?' 음. (화면으로 물끄러미 꽂히는 시선.) 그 오기의 댓가는 상관 없고? 나도 불멸은 아니긴 한데, 너도 알다싶이 확률 싸움이잖니. 모르죠. 전 안전제일주의 안전지향 안전 최고인 사람이라서요.' '선배랑 내기할 바엔.' (찌푸린 미간에 두 눈으로 당신을 본다. 살아있는 토템으로 여기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조심스럽다.) '친하게 지내는 쪽이 낫죠.''그나저나. 댓가가 뭐였길래요?' 네 노래 한 곡. (금방 생각해낸건 아니었는지 곧장 나오는 대답. 그와 함께 당겨올려진 입꼬리.) 너 목소리가 기억이 안 나려고 하잖아. 저는 내기 안한다니깐요.' .. 2024.10.13 배신 (미묘하게 바뀐 시선에 대해 생각한다. 당신에게 홀려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마간의 시간, 얼마간의 하루가 흘렀나. 제가 넘긴 이름은 한 손을 넘어가는가? 당신과 은밀히 나눈 속닥거림은? 제 마음에 나버린 거대한 균열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 시작은 이와 같다. 제가 넘긴 이름들을 실종자 명단에서 찾았을 때. 그건 그저 우연이라 할 수 있겠지. 외려 제가 잡히지 않음을 안도해야하나. 다음은 연락책이 이중첩자에 대해 걱정할 적에. 저에게 똑같은 말을 한 당신을 자연히 떠올렸다. 자기 행성에 싹튼 바오밥나무를 뽑는 어린왕자를 생각해. 다들 그런 어린왕자를 어리석다고 비웃지만..) 하. (손끝이 선생에게 받은 미묘한 시선에 도달한다. 당신에 대한 믿음은 그 어떤 나무보다 견고했는데. 그들이 당신.. 2024.10.13 재회 (교내를 뒤흔든 기숙사 폭발 사건 이후, 시간은 무심하게도 빠르게 흘렀다. 너는 꿈에도 몰랐겠지. 사실 옥상에서의 그 날부터도 간부들 측에서는 이미 널 제거할 시나리오가 마련되어 있었다는 걸. 그건 너가 나에 대한 의심을 품고 밀고를 천천히 줄여나갈 적부터 예정된 계획. 그런 탓에 너가 들은 그 건물에 불길이 치솟았을 땐 그 계획이 더 빨리 앞당겨진 줄로만 았았다. 나의 행운은 남에게 곧잘 저주를 붓기도 했으니까. 한동안 너의 죽음을 철썩 같이 믿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겠다. 이게 너가 바라던 승리였을까? 어른들에게 미소짓고 어두운 방에 돌아와 조용히 울부짖던 밤이 여럿 지난다. 엎드린 팔 너머로 재잘거림이 들린다. 분명 반란군이었지. 이제는 손에 쥔 채 넘겨주지 않던 명단에 올려진 이들의 조용한 속삭임에.. 2024.10.13 사물함 (어두운 공간 안 차가운 벽에 등이 눌린다. 앞에는 바짝 다가온 너의 목과 어깨로 시야가 가로막히고, 조금만 움직여도 곱슬한 앞머리가 네 얼굴을 간지럽히는 꼴이다. 침을 꿀꺽 삼키며 이 비좁은 곳의 습습한 공기를 꿀꺽 삼킨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더라. 복도를 지나다가 모종의 이유로 학교에 들어온 너를 만났고, 또 하필 그 순간 기숙사 사감이 복도 어귀를 지나가서였던가. 급한대로 눈을 빛내며 옆에 있는 길쭉한 사물함 하나를 아무거나 열어 두 몸을 밀어넣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이제 낡은 사물함의 걸쇠는 녹슨 소음만 내며 통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황함이 잔뜩 섞인 시선이 네게로 향했다.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나즈막히 들린다.)미안. 나 때문에 이렇게 됐네. 일이 생겨서 따로 복귀하겠습니다.. 2024.10.13 진실 (큐브가 손에서 차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당신에게 주사위를 받고 생긴 취미였다. 비록 6면이 아니라 20면체 주사위를 당신은 가지고 있지만. 방으로가까워지는 위치를 보며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기꺼웠다. 당신에게 익숙할 문 뒤에 자기가 있다는 것도.) 어서오세요 선배. (오늘도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서 부여받은 임무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는 길. 가이딩은 받았으나 여전히 피로가 남아 오늘은 둘어가서 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방문에 열쇠를 꽂는다. 그러자 눈 앞에 보이는 불청객의 실루에 놀라서 문을 열던 손이 멈추기도 잠시, 누군가 문 틈으로 네 모습을 볼까봐 얼른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문을 등지고 기대어 상대를 마주본다. 베시시 피어나는 미소.) 안녕 설아. 어떻게 들어온거.. 2024.10.13 전향 (모든 것을 불신하게 된 이후로 피어난 강박은, 당신이 그 장소를 떠난 이후로도 저를 붙들어 놓았다. 감시실에 잠입해 모든 cctv를 조작하고 나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그가 간과한 것은 그가 기계의 눈을 돌릴 순 있어도, 사람의 입은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하.(귀가하자마자 보는 꼬라지가 이럴 줄 알았으면 서둘러 왔을 것을. 붉게 물들어 깜빡이는 두어개의 모니터. 우습게도 상대 능력자가 시원찮은 모양인지, 제가 세워둔 방화벽이 휼륭한 것인지, 모든 게 위험하진 않았으나, 가장 중요한 모니터가 피처럼 물들어 있었다.깜찍하게도 당신의 선물이 열린 모양이다. 제가 알기론 당신에겐 이런 능력이 없는데. 가이딩 약을 씹어삼키며 연장을 챙긴다.) 간부님. 우리 정보원이 잡혀간 모양입니다. 구출 후 신호 보낼 .. 2024.10.13 입맞춤 설아, 괜찮은거지? 일단 내 방으로 가자. (이마와 볼에 서늘한 손을 대어보고 걱정스러운 낯을 띤다.) 음, 기분은 좋아요.(정말 그런 듯, 웃음이 잦았다. 당신의 손에 뺨을 기댔다가 손바닥 안을 핥짝거려본다. 음, 입술과 다르게 포도맛은 안 나는구나. 슴벅이다가 일어나 밖으로 향한다. 걸음은 또 똑바르다.) (손바닥에 촉촉한 살덩이 훑고 지나가자 숨을 흣 들이마신다. 정말로, 흐트러질건 첫 모금에서 이미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취할줄은 몰랐으니.) 강아지 같아. (저도 모르게 웅얼거리며 혹여 넘어질까봐 네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고 걸음 옮긴다. 은총이의 방에서 제 방까지의 거리는 몇 걸음 걸리지 않았다.)처음 먹어보는거야? 술? (강아지? 이건 또 처음 들어보는 것 .. 2024.10.13 처음 ('그걸 보는 너를 구경하고싶네 나는' 단체 톡방에 뜬 당신의 채팅을 받고 손가락이 갈 길을 잃었다. 혼자 볼 때에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지루한 업무처럼 처리했던 것 같은데. 당신에 대한 호기심과 제 곤혹스러움을 저울질하다가도 몸은 일으켜 가방에 이전에 빌려, 잘 세탁해둔 옷과 노트북을 주섬주섬 챙긴다. 정 아니면, 영화라도 보면 되니까. 당신의 방문을 두들기곤 알아서 문을 열곤 들어간다. 당신이 방에 있을지 없을지 걱정도 없었다. 있는 걸 아니까.) (책상 위에 앉아 메세지를 막 보내던 도중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린다. 씨익 미소가 피어오르는 이유는 그게 너인줄 알아서였고, 또 그것이 제가 보낸 톡에 의한 것임을 알아서였다. 몸을 돌려앉아 너를 올려다본다.)진짜로 올 줄은 몰랐는데.. 2024.10.13 소문 (반란군 진영에서의 여느 평범한 날이었다. 이른 오후부터 불려나간 임무를 별 탈 없이 마치고 베이스캠프의 공동 락커룸에 앉아 옷을 갈아입으며, 오늘은 어떤 간식거리를 사서 들어갈지 따위의 고민을 하던 도중, 건너편에서 두 남성의 말소리가 들려온다."요즘 미션 성공률이 엄청 높은 것 같지 않아?" ""그러니까. 오늘도 나왔더라, 그 행운 센티넬. 듣던 대로야. 본부에서 어지간히 데려오려 용을 썼다던데."셔츠 단추를 채우던 손이 동작을 멈춘다. 제 이야기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으니. 단추를 마저 채우며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이 다음에 이어진 대화는, 제 손을 다시 멈추게 했다."김 설, 걔가 데려왔다며. 본부장님이 시켰다잖아. 요즘 그래서 걜 엄청 이뻐하셔. 저번에 1소대 대표 정보원으로 승진했대... 2024.10.14 호텔 잠입 (그러고나서 몇날며칠이 지났을까. 암막커튼 탓에 햇빛이 엿보지도, 달빛이 스며들지도 못하는 제 사무실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지가. 그는 그의 세상으로부터 도피 중이었다. 그는 그래도 정보부에선 소대장이나 다름 없었으니, 적어도 해당 지부에는 모르는 것이 없어야하는 위치였다. 매달릴 것을 잃어 책임감으로나마 버티던 그가 외면하지 못한 밖에는 그런 소문이 돌았다.본래 입이 싸기로 유명한 두 인원이 좌천되었다더라. 제 1소대 정보장 사무실에 불 켜져 있던 적이 없는데 응답은 제일 빠르다더라. 요즘 브리핑하는 정보원의 목소리가 차가워진 것 같다더라 – 아니다 이건 원래 그랬다더라, 요즘 행운 센티넬 그 사람…)…이건 다른 사람이 정리해주세요. 오늘도 별 일 없었나보네요. 다들 한가롭게 이야기할 시간이나.. 2024.10.14 탐욕 (그렇게 그립고 그립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열린 문고리를 잡고 우두커니 서있게 된다. 가라앉은 눈을 가만히 마주본다. 마치 휴게실에서의 그 밤으로 돌아간 것처럼. 그 때도 분명 지금처럼 자정을 조금 넘어선 시간이었지. 끝끝내 마법이 풀리려는 모양이었다. 물음을 끝으로 침묵이 길게 이어진다. 복도 저편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네 등에 손을 얹어 방 안으로 밀어넣는다.)...들어가.(또 다시 대답을 그렇게 회피하지. 좁은 현관 안으로 간신히 들어간 둘 뒤로 문이 쿵 닫힌다. 후회하지 않느냐고? 그런 건 매일 매일 하고있었다. 너가 더 이상 우리 집에 들어오지 않던 날부터. 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저와의 반지를 벗어던질 때부터. 저가 멋대로 등불을 켜들고 너의 사랑을 들춰보려 했던 그 때.. 2024.10.14 낙원 (두 사람의 못다한 마음을 풀어내려면, 얼마나 긴 밤이 필요할까. 서로의 마음을 당겨오고 확인하며 올 것 같지 않았던 밤이 천천히 흘러간다."..."한편,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 유일하게 등이 켜진 파티션. 그곳에는 금발머리의 사내 하나가 홀로 앉아 업무용 헤드폰을 끼고 있었다. 편하게 등을 기대고 앉아 눈을 깔고선 신음과 야한 소음이 난무하는 대화 내용을 감상하며. 분명 김 설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인이어의 전원이 한 번 꺼지긴 했다. 본부에 앉아 내용을 듣던 이들은 미션 성공 여부를 확인하고선 이후 낯뜨거운 내용 따윈 더 엿들을 필요 없다며 자리를 하나둘씩 떴고. 그러나 도원은 마지막으로 나가려던 테크직을 하나를 붙잡아 원격 시스템으로 다시 마이크를 복구시켜달라 요청했다. 의아한 표정의 사내.. 2024.10.14